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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풍경

등록일 2016-09-13 00:04 게재일 2016-09-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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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학 원
방문을 열고 뜨락을 내다본다

뜨락의 옥수수 키재기로 깔깔거리고

웃는다

팔월 한낮도 지난 황혼은 태양에서

떨어져나온

황금조각으로 빛의 화살을 쏜다

화살은 집들과 후박나무 들어선 들

판에 꽂혀

자기 자신이 낸 상처에서 피를 흘린

하늘 높이 나는 새떼들 그 피를 물고

오렌지 분홍빛 장미꽃을 도처에

뿌리자

골목길 아이들 와락 함성을 지른다

자, 가자 진돌이 우리들이 자주 가는

웅덩이에서

더욱 높이 올라가는 새떼들 축제를

바라보며

황혼이 흘린 핏물을 실컷 마시자

아니 그런가 나의 애견 진돌이

저녁풍경은 평화경 자체라고 말하면 지나친 말일까. 팔월 한낮의 뜨거움이 서서히 식어가면서 노을 스미는 저물녘은 가만히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강아지들도 새떼들도 둥지를 찾아 돌아가고 사람들도 안식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평온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하루치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편안한 힐링의 시 공간 속으로의 귀소(歸巢)는 모든 만물들의 본능이다. 시인은 그런 저녁풍경 하나를 우리에게 가만히 건네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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