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장편소설
탄탄한 구성과 서스펜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분출하는 에너지로 매번 강렬한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 김언수의 신작 장편 `뜨거운 피`(문학동네)가 출간됐다. 2006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캐비닛`, 2010년 문학동네 온라인카페 연재 당시, 매회 수백 개의 덧글이 달리며`설거지들`열풍을 일으킨 작품`설계자들`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세번째 장편소설이다.
지난 2014년 집필을 시작해 지난 2년만에 펴낸 `뜨거운 피`는 1993년 봄과 여름의 이야기다. 마흔 살 건달의 짠내 나는 인생 이야기. 인생에도 사계가 있다면 마흔 살은 여름에 해당될 터, 그 뜨겁고 강렬한 날들의 기록이 부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국형 누아르의 쌉싸름하면서도 찐득한 맛이 살아 있으며, 두려울 것 없던 마흔 살 건달이 겪게 되는 정서적 절망감이 사실적이면서도 흡인력 있게 담긴 작품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기 일신의 안위를 살피고, 눈앞의 이익을 좇고, 암투와 회유, 배신으로 일희일비한다. 그런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격랑이 이토록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갈등과 첨예한 권력 싸움에 휘말렸음에도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꾸려나가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던지는 그 뜨거움 때문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