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미아가 된 우주 비행사·고아가 된 스탠드업 코미디언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9-09 02:01 게재일 2016-09-09 13면
스크랩버튼
나는 농담이다 김중혁 지음 민음사 펴냄·장편소설

2015년 동인문학상 수상 작가 김중혁(45)의 네 번째 장편소설 `나는 농담이다`(민음사)가 출간됐다.

`문단의 호모 루덴스`라 불리는 김중혁은 특정한 시기 자신을 사로잡은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다.

이번 소설의 배경은 지구와 우주를 넘나들고, 이 소설의 인물은 삶과 죽음을 벗어나며, 이 소설의 상상력은 무중력 공간을 유영한다. 이 소설의 독자인 우리는 책을 읽는 내내 우주를 유영하듯 김중혁의 농담 속을 거닐게 될 것이다.

△“관제 센터, 들리나?” ? 우주로 나아간 남자 이일영

한 남자가 우주 공간에 홀로 떠 있다. 오랜 시간 훈련받은 우주비행사이자,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연인인 이일영은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룬다. 그것은 우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그는 모체 우주선과 분리돼 우주를 떠돌아야 한다. 이일영은 이왕 최대한 먼 곳까지 나아가고자 한다. 기내 산소량은 점점 줄어든다. 광막한 우주에서 그는, 관제 센터를 향해 메시지를 전송한다. 그것은 절대 절명의 구조요청이었다가, 철학적 사유였다가, 가벼운 농담이었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하는 편지가 된다. 그의 메시지는 지구에 닿을 수 있을까. 그는 살아 있는 것일까.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어요?” ? 지구에 남겨진 남자 송우영

한 남자가 무대 위에 혼자 서 있다. 낮에는 컴퓨터 수리공으로 일하지만 밤이면 백퍼센트 코미디 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송우영은 얼마 전 어머니를 잃었다. 어머니는 부치지 못한 편지를 남겼다. 편지의 주인은 그의 이부형제 이일영이다. 하지만 형은 실종되었고 그는 주인 없는 편지 앞에서 그저 혼란스럽다. 송우영은 그저 농담 속에서 살고자 할 뿐이었다. 어두운 무대에서 그는, 관객을 향해 농담을 던진다. 그것은 배꼽 잡는 섹스 코미디였다가, 철학적 질문이었다가, 진지한 농담이었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추억하는 일기가 된다. 그의 농담은 우주에 닿을 수 있을까. 형은 살아 있는 것일까.

“서 있을 때만 웃기는 건 아니지만, 서 있을 때 가장 웃긴 건 확실합니다. 앉아서 대화를 나눌 때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일어서는 상상을 하는데요. 상상만으로도 이야기가 잘 됩니다. 이야기라는 놈은 직선으로만 움직이는 모양이에요. 그런 면에서 전파를 닮았죠. 우리가 빌어먹을 인공위성들을 만든 이유가 뭡니까? 전파는 무조건 직선으로만 움직이니까 그걸 지구 반대편에 보내기 위해 반사를 시킨 거잖아요.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세요. 그러면 여러분이 인공위성의 역할을 대신하는 겁니다. 자, 모두들 인공위성을 하늘로 올려 볼까요? 아, 여기 앞에 앉아 계신 분은 아폴로 13호를 닮았네요. 얼굴이 터질 것 같아요. 얼굴이 터져도 나사(NASA)를 탓하지는 마세요. 그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13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