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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창고에 대한 추억

등록일 2016-09-07 02:01 게재일 2016-09-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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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하 빈
목조계단 밟고 가파른 시간 더듬어 내려가면

캉캉캉캉 울리는

거미줄에 걸리어 파닥이던 먼지의 기억들

생쥐처럼 들랑날랑하며

잎담배 말아서 물고 사다리구름 피워 올리던

빛도 소리도 숨죽인 날들

아직도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구나

한때는 내 우울한 방이요 환한 통로이었던

거기

담배를 재배하는 시골마을에 가면 흙벽을 높이 세우고 지붕을 얹은 우뚝 솟은 담배창고가 있다. 갓 따낸 잎담배를 선별하여 건조시키는 곳이다. 목조계단이 있고 거미줄이 걸쳐져 있고 틈새로 스미는 빛에는 먼지가 떠있는 공간이지만 시인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정겨운 공간이다. 잎담배를 말아 어른들 몰래 피우며 우울한 시간들을 보냈던 곳이며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였던 그곳이 그리운 아침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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