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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아버지

등록일 2016-09-06 02:01 게재일 2016-09-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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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성 춘
언제나 흑백사진이다

세월 가도 늙지 않는다

일제 시대 국민복 사진 속 근엄하신

아버지

오늘밤 경주시 배반동

사과꽃 울타리 위로 찾아오신다

아버지…

오냐…

우주의 먼 별밭 지나 흑백으로 오시는

보일 듯 말 듯 오시는

아버지

가끔 달에서 잔기침소리 들린다

언제나 흑백사진이다

경주시 배반동 사과꽃 울타리 위로

둥실 찾아오는

저 수염 텁수룩한

시인은 달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 아버지와 찍은 흑백사진을 떠올린다. 그 사진 속에는 힘겨운 일제 식민지 시대를 뜨겁게 살다 가신 아버지가 있고 오늘밤 아버지는 사과꽃 울타리 위로 시인에게 찾아오시는 환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아버지가, 수염 텁수룩한 아버지가 그리운 달밤, 그 환한 달에서 아버지의 잔기침소리를 듣는 시인의 가슴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촉촉이 젖어있을 것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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