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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대로 노네”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9-05 02:01 게재일 2016-09-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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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안강에는 신라 42대 흥덕왕릉이 있다. 왕비가 일찍 죽자 재혼하지 않고 궁녀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나 죽거든 왕비무덤에 묻어달라” 유언해서 `왕·왕비 합장` 왕릉이 됐다. 38대 원성왕의 손자가 흥덕왕인데, 두 왕릉의 공통점은 `아라비아 무인상`을 세웠다는 점이다. 아랍 무장을 근위병으로 채용할 정도로 두 임금은 국제교류에 힘썼다는 뜻이다. 그런데 필자는 수년전 흥덕왕릉을 답사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소똥냄새가 진동하는 것이었다. 왕릉 앞마을이 `젖소 단지`였다. 집집 마다 소를 키우는 것같았다.

“볏짚이나 쌀겨 같은 것을 뿌리면 미생물이 작용해서 냄새를 잡을 것인데, 왜 왕릉을 소똥냄새로 뒤덮이게 방치하나” 싶어 종일 언짢았다. 지금에 와서 말이지만, “국회의원 전원주택 하나만 이 동네에 있어도 왕릉을 저렇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농촌은 수시로 퇴비냄새와 농약냄새에 뒤덮인다. 농민들은 그 냄새에 이미 만성이 되어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그런데 전원주택을 농가 주변에 지어 이사 와 사는 국회의원 한 사람이 그 냄새가 싫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세종시 전동면 농가 근처에 집을 가진 이해찬 국회의원은 과수원에 뿌린 퇴비냄새가 지독하다며 세종시에 항의전화를 했고, 농민은 땅을 갈아엎어 퇴비를 묻었지만 이 의원은 행정부시장에게 또 전화를 했고, 관리들이 현장에 와서 `지도`를 하는 통에 농민은 묻었던 퇴비를 되 긁어모아 다른데로 옮겼다. 남의 농사를 아주 망칠 작정을 한 것이다. 이 의원과 이춘희 세종시장은 노무현 정권 시절 국무총리와 행정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내면서 세종시를 조성했다. 그래놓고 지금 농민을 못살게 군다.

일반백성이 `농가 냄새 민원`을 제기하면 흙으로 덮거나 미생물을 뿌려 저감시키는 방법으로 처리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제기한 민원`에는 `퇴비 수거`로 해결하는 전례가 새로 만들어졌다. “세종시민들이 참 잘난 의원 뽑았구나” “의뭉하게 생겼더니 꼭 생긴대로 노는구나” 그런 소리 들어도 싸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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