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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등록일 2016-09-05 02:01 게재일 2016-09-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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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영 민
어머니가 개밥을 들고 나오면

마당의 개들이 일제히 꼬리를 치기 시작했다

살랑살랑살랑

고개를 처박고

텁텁텁, 다투어 밥을 먹는 짐승의 소리가 마른 뿌리쪽에서 들렸다

빈 그릇을 핥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 마른 들판 한가운데 서서

얼마나 허기졌다는 것인가, 나는

저 한가득 피어 있는 흰 꼬리들은

뚝뚝, 침을 흘리며

무에 반가워

아무 든 것 없는 나에게 꼬리를 흔드는가

앞가슴을 떠밀며, 펄쩍

달려드는가

시인은 아득한 기억 속에 파묻혀 있는 어린 시절의 그림 하나를 꺼내본다. 정겹기 짝이 없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 마당의 개들이 밥을 기다리던 허기진 모습을 떠올리며 뜨겁게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에 이르고 있다. 강아지들처럼 앞가슴을 떠밀며 펄쩍 달려들며 생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자기를 들어다보고 있는 것이다.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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