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시인 25년만의 두번째 시집<BR>`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문학 포럼
“식당 문 열고 들어가면/서툰 솜씨로 차림표 위에 써놓은 글씨가/무르팍 꼬고 앉아, 들어오는 사람/아니꼬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옻오르는 놈은 들어오지 마시오.`//그 아래 난닝구 차림의 주인은/연신 줄담배 피우며/억센 이북 사투리로 간나 같은/남쪽 것들 들먹였다.//`사내새끼들이 지대로 된 비빔밥을 먹어야지.`” (박기영 시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중)
박기영(47) 시인의 신작시집 `맹산식당 옻순비빔밥`(모악) 출간기념 문학포럼이 2일 오후 7시 구미시 형곡4주공 네거리 인근에 위치한 카페공간 지하 갤러리에서 열린다.
`맹산식당 옻순비빔밥`은 박기영 시인이 지난 1991년 민음사에서 첫 시집 `숨은 사내`를 내고 홀연히 문단에서 사라졌다가 25년만에 불쑥 내어놓은 두번째 시집이다. 그는 1979년 당시 열일곱 살이던 장정일을 처음 만나 문학의 길로 인도했고, 그가 첫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내고 김수영 문학상을 받을 때까지 이끌어준 스승으로도 문단에서 널리 회자된 시인이다.
그는 `시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테마로 열리는 이번 문학포럼에서 이하석, 안도현 시인과 이춘호 영남일보 음식전문 기자와 함께 `삶과 시, 삶 같은 시, 시 같은 삶`에 대한 이야기와 북한의 토속음식과 옻에 대한 질펀한 만담을 펼친다.
구미지역에 문학의 텃밭을 일구며 30년간 오랜 전통을 이어온 수요문학회(회장 박상봉) 주관으로 류경무 시인이 진행을 맡고 권미강, 구은주, 이복희 등이 시낭송을 한다.
이날 패널토론자로 참석하는 이춘호 기자는 기타연주와 노래공연을 들려주며, 구미의 새로운 뮤지션 그룹 하늘뮤직앙상블(대표 김희겸)이 축하공연을 한다.
행사를 마친 후에는 박기영 시인이 직접 요리하는 북한 음식을 나누는 뒷풀이 행사도 갖는다.
한편 `맹산식당 옻순비빔밥`은 크게 4부로 나눠 `낭림산맥을 그리다`, `한 마리 버들치처럼`, `부용대 백사장`, `호두나무 과수원 아래`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이 시집에는 거친 야성과 강인한 생명력이 펄떡거리는 시 50편이 실려 있다. 맹산식당은 평안도 맹산 포수였던 그의 부친이 대구에 냈던 옻 전문 식당이라고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