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 우
여름이면 그 골짜기 더 깊었다
긴 해도 계곡 큰 바윗돌 곁으로 더 늘어졌다
아카시아 나무들은 더 낮게 물가로 내려와서
내 손 붙들고 널뛰자 했다
깜장 고무신 신은 호박 벌떼가
속옷도 잊은 내 등에서 물레질을 놀았고
배고픔은 숯불 위에 타는 삘기풀 냄새로 먼저 채웠다
여치방아로 시간을 빻고 메뚜기 구이로 한낮을 이끌던 그 터에
지금은 거대한 덩치로 서 있는 저 전문 대학교
거기에 이젠 내 제자들이 가득 차 있어
그럭저럭 복개된 시멘트가 잠시 정다워진다
그리운 세상들은 그렇게 간다
골짜기는 부킹 나이트 술판으로
깜장 고무신 신은 벌레들은 모텔 불빛으로
삘기풀 연기도 화장품 냄새로
세리골 추억이 그렇게 간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세리골에는 아직도 유년의 흔적들과 함께 정겨움의 시간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그 곳에는 배움터 전문대학이 들어서고 모텔이라는 괴물이 들어서 있다. 그리운 세상들은 그렇게 간다고 말하는 시인의 가슴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고통이 들어서고,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빼곡함을 본다. 그것은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와 있는 것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