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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우동 -희섭에게

등록일 2016-08-29 02:01 게재일 2016-08-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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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일 근
진주 시외버스 터미널 앞 밤부터 새벽까지 문 여는 냄비우동 가게 있다. 늙은 양은 냄비에서 우동이 끓는 동안 막차 타고 떠날 사람들이 자신의 냄비우동 기다리며 말없이 앉아있다. 길 위에서 만나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묻지 않고 어디로 가는지 답하지 않는다. 시인 박희섭, 내게 그 냄비우동 한 그릇 사주며 막차시간 알려주지 않고 가는 곳 어디인지 알려주지 않고 자신의 버스를 타고 떠났다. 그가 떠난 자리에 앉아 냄비우동 끓기 기다리며 나도 나의 막차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사는 일이다. 기다리는 사이 냄비우동 가게 주인 부부의 검은머리에 서리 하얗게 내렸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막차를 기다리며 시인은 냄비우동 한 그릇을 시켜놓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사는 일이 어쩌면 이렇듯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인지 모른다. 버스를 기다리듯 냄비우동 끓기를 기다리듯 우리네 한 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시인의 인식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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