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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 경선의 명암

등록일 2016-08-23 02:01 게재일 2016-08-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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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휘<br /><br />논설위원
▲ 안재휘 논설위원

`2016 리우 올림픽`이 폐막됐다. 유례없는 폭염 속에 국민들은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전 종목 금메달을 휩쓴 양궁선수들, 깜짝 금메달을 일궈낸 남자펜싱의 박상영 선수, 112년 만에 부활된 여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따내 세계 골프여제의 위엄을 입증한 박인비 선수 등이 인상적이었다. 올림픽에서 수고한 모든 대한민국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를 `슈퍼스타K` 방식으로 뽑을 것이라는 뜻을 거듭 표명하고 있다. 이 대표의 견해는 일단 가장 공정한 경선방법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측면에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슈퍼스타K` 방식이 대선후보 선출이라는 콘셉트에 맞는 것일까. 나아가 과연 악성 패거리다툼 막장드라마를 종식시킬 묘안으로 작동할 것인가.

`슈퍼스타K`는 케이블 방송의 한계를 뚫고 기적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서바이블(Survival) 방식의 경쟁을 유행시킨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유사 프로그램을 양산시키는 등 방송계에 열풍을 일으켰고, 방송 포맷이 중국으로 수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투명한 경쟁방식을 추구하게 하는 등 사회적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노래 잘하는 가수를 뽑는 것과 정치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성격상 같을 수가 없다. 가수를 뽑는 콩쿠르는 순간의 재주를 가리는 감동경쟁 게임이다. 인기투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경연 순간 온·오프라인 청중들에게 누가 강렬하게 어필하느냐가 관건이다. `슈퍼스타K`의 성공비결은 매회 탈락자가 나오는 숨 막히는 서바이블 방식이라는 특성에 있다. 경연에 참가자들과 청중들이 함께 매번 극도의 긴장 속에 던져진다.

갈수록 인기투표 성격이 짙어지는 요즘 정치선거 행태에 비춰보면 `슈퍼스타K` 방식은 흥행에 더 없이 좋은 수단일 수 있다. 후보가 매주 한 명씩 아웃되는 방식의 경선이라면 얼마나 흥미진진할 것인가. 그러나 `슈퍼스타K` 방식은 막판 역전드라마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만일 서바이블 방식이었다면 절대로 성공하지 못했을 거물 정치인들은 얼마든지 있다.

인기몰이 경선이 불러올 `포퓰리즘`의 극대화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적인 퍼주기 공약 홍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판이다. 후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오만 인기공약들을 마구발방 쏟아낼 게 뻔하다. 정치인들은 공약을 꼭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엷다. 지키지 못할 형편이 되면 수십 가지 상황변경 논리로 빠져나간다. 공약이행 성적을 따져서 투표하는 유권자들 또한 드물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공정성` 확보 여부다. 공정성에 대한 굳건한 공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슈퍼스타K` 경선은 곧바로 걷잡을 수 없는 폭탄으로 작동할 개연성이 높다. 이정현 대표의 연이은 주장이 지명도와 인기도가 높은 특정인을 염두에 둔 발상이라는 갸우뚱한 해석이 벌써 나돌고 있다. 이미 우리 정치에는 불공정 경선의 흑역사가 즐비하다.

리우 올림픽에서 전 종목을 석권한 한국양궁 이야기는 많은 것을 되짚게 한다. 28년 동안 왕좌를 지킨 여자양궁 선수들은 무려 6개월간 다양한 경기방식과 상황 아래에서 선수 1인당 무려 4천여발의 화살을 겨루는 냉혹한 자유경쟁을 펼쳤다. 선수선발을 오직 표적지에 맡겨온 그 궁극의 공정경쟁이 세계정상의 실력을 담보한 셈이다.

`슈퍼스타K` 방식의 경선으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가리겠다는 이 대표의 생각은 신선한 아이디어다. 그 뜻은 높이 사되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약점들은 `대통령 선거`라는 특성에 맡게 철두철미하게 보완돼야 한다.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덕목이 새누리당 후보의 덕목과 다를 이유는 전혀 없다. 아예 현란한 가면에 음성변조까지 걸어놓고 벌이는 `복면가왕` 방식은 어떨까 하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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