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과 중국 장지커의 경기에서 중국은 아연 긴장했다. 다른 경기는 `스승이 제자 가르치듯` 여유롭게 슬슬 넘겼지만, 정·장 대결에서는 달랐다. 정영식이 첫 세트를 먼저 따냈다. 결국 2대3으로 졌지만 그것은 `찬란한 희망의 패배`였다. 경기를 마친 후 관중들은 승자보다 패자에게 몰렸다. 같이 사진 찍자며 한동안 선수를 놓아주지 않았다.
탁구는 중국의 국기(國技)다. 미국과의 핑퐁외교는 죽의 장막도 걷어낼 정도였다. 올림픽 탁구 금메달은 총 30개인데 그 중 26개를 중국이 가져간다. 한국이 탁구에서 금을 딴 것은 16년에 하나 정도였다. 중국의 탁구선수는 3천만 명인데, 올림픽에는 그 중 6명이 선발된다. 500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이들은 거의 `탁구의 신`이다.
정영식은 그 신을 꺾겠다고 대들었고 신을 당황하게 만들었으며,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패기를 보여주었으니, 관중들은 어느 승자에게 주는 찬사보다 더 진한 사랑을 보냈다. “우리 영식이”란 호칭이 바로 그 애정의 표현이었다.
“불가능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우리 영식이의 모습에서 찬란한 미래를 봤다” “1988년엔 유남규, 2004년엔 유승민, 그리고 2020년엔 우리 영식이가 해낼 것이 틀림없다” “포기를 모르는 불꽃남자 우리 영식이, 이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이다” “외계인 중국 선수에 도전장을 내민 지구인 선수 우리 영식이.”
이같은 네티즌들의 헌사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중국의 기술적 두뇌플레이를 꼭 이겨서, 후배들에게, 한계는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겠다”
정영식의 분투는 `중국의 사드 간섭`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의연한 모습과 오버랩된다. 한국을 아직도 `쥐고 흔들 수 있는` 만만한 속국으로 보는 중국에 대해 우리는 `베트남이 중국을 길들였던` 그 기백으로 맞서고 있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