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철
무등산 자락마다 온종일 머물고 있었다
초록 벌판에 쉼표 없는 그날의 아우성들이
그대 떠난 발자국 뒤에 숨쉬고 있었다
내 목숨의 모래톱 위로 누가 손짓하는가
아직 우리가 가야 할 초록 들길은 아득한데
이맘때쯤 그 입술에 파인 미소가 반짝인다
말하자면 너너 운주사 천불천탑 미소처럼
내 청춘의 유곽에서 불멸하는 영혼이었다
이 시에 설정된 그날은 언제인가. 1980년 오월을 일컫고 있다. 민주화를 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을 되새기게 하는 시다. 거침없이 목숨을 초개처럼 던져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죽어간 넋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서러움이 진하게 배어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