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은 김연경과 한 방을 쓰는데, 선배 김은 방장이고 양은 방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김을 막기 바빠 양을 막을 틈이 없었다”할 정도로 양효진도 펄펄 날았다. 양은 얼굴이 귀여워서 팬들은 `귀요미`라 불렀는데, 신장 1.8m의 거구를 보고는 거(巨)자를 붙여서 `거요미`라 부른다. 방장과 방졸이 호흡을 잘 맞춰서 적진을 휘저어 거포를 쏘아대니, 일본과 아르헨티나가 허둥지둥하다가 주저앉고 말았다.
우리 여자배구에 특별한 선수가 한 명 있다. 여자 이름이지만 생긴 모습은 영판 남자다. 1.85m의 키에 짧은 머리를 한 김희진(25)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꼭 비명소리가 들린다. 팬들은 그녀를 “희진이 형”이라 부르고, 남자배구의 미남 선수 문성민·김요한에 김희진을 끼워 넣어서 “V리그의 3대 미남”으로 친다. 용모만 남자스러운 것이 아니라 강력한 스파이크 또한 남자 못지 않다.
그러나 러시아의 거포들 앞에서는 김희진도 기가 죽었다. 서브에이스는 단 한 번, 득점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때 힘을 준 것이 `어머니의 문자메시지`였다. “자랑스러운 내 새끼, 자신감을 가져라” 응원의 힘일까. 대 아르헨티나 전에서 김은 서브에이스 3개, 브로킹 1개를 보태 17득점을 올렸다. 김연경 막기에 급급하던 아르헨티나는 김희진의 강스파이크 앞에서 허둥지둥했다. 라이트 김이 살아나자 레프트 김연경(19득점)과 센터 양효진(12득점)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불을 뿜었다. 그러나 국제무대에 `벽`은 많다. 자강불식(自彊不息)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