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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의 정치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8-12 02:01 게재일 2016-08-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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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이를 위해 화장을 한다” `사기열전`에 나오는 `예양의 말`이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주는 이는 포숙아다” `관중·포숙아 우정`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염량세태(炎凉世態)를 누르는 사실(史實)들이다. 정승집 말이 죽으면 문상객이 몰리지만 정승이 죽으면 썰렁하다. 이해에 따라 변덕이 죽끓듯하고, 배신을 손바닥 뒤집듯하는 세태지만, 끝까지 의리와 신의를 지키는 사람도 있어서 역사는 이를 특별히 기록해 남긴다.

춘추전국시대 진(晋)나라에 `유백아`라는 거문고 명인이 있었다. 어느 달빛이 휘영청 밝은 날 밤 고향생각을 하며 거문고를 뜯고 있었다. 그때 그 소리를 유심히 듣는 사람이 있었다. 차림새 남루한 나뭇꾼이었다. 대화가 시작됐다. “당신이 음악을 아시오?” “선생이 뜯고 있는 음악은, 공자가 요절한 안회를 그리며 지은 곡이군요” 그의 이름은 `종자기`였다. 공자의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제자가 안회였다. 유백아는 자기의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을 만났고, 평생의 친구가 됐다. 종자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

“지음(知音) 종자기가 없는데 거문고를 뜯어 뭣하나. 내 거문고는 종자기와 함께 가버렸다”고 했다.

새누리당 대표에 이정현 의원이 큰 표 차이로 선출됐다. 전남 곡성 출신에 순천에서 당선했고, 명문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고등고시를 통과한 사람도 아니다. 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여당 소속으로 당선했다는 특이한 경력 말고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매우 특별한 것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박근혜의 지음(知音)`이고, `관중의 포숙아`이며, `백아의 종자기`라는 점이다.

염량세태에 의리를 끝까지 지키는 정치인을 역사는 특별히 기록할 것이다. 당대표 선거때 당원과 국민도 `의리`를 선택했다. `의리의 정치`, 얼마나 그립던 말이냐. `전두환시절의 장세동`이 연상된다. 그도 호남 출신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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