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인 서
상하행 밤열차가 교행하는 순간
네 눈동자에 침전돼 있던 고요의 밑면을 훑고 가는
서느런 날개바람 같은 것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느 세계의 새벽과
네가 놓쳐버린 풍경들이 마른 그림자로 찍혀 있는
두 줄의 필름
흐린 잔상들을 재빨리 빛의 얼굴로 바꿔 읽는
네 눈 속 깊은 어둠
실선의 선로 사이를 높이 흐르는
가상의 선로가 따로 있어
보이지 않는 무한의 표면을
끝내 인화되지 못한 빛이 젖은 날개로 스쳐가고 있다
순식간에 스쳐지나가 버리는 밤 열차를 보면서 스치는 빛의 잔상을 통해 존재와 시간의 본질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시 전반에 깔려있다. 기차가 교행하듯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생의 지난 시간들에 대해 어느 순간 새롭게 느껴지고 돌아봐지는 것은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존재적, 실존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는다. 순간적인 삶의 연속이었던 우리에게 가끔 일어나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