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원 동무들이 나와 노래와 춤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 이웃집 할머니 같은 지배인 동지가 멀리서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나의 눈은 금세 고동치고, 나부끼고, 글썽였다. 요리사 동무나 주방장 동지의 딸이었을 터이다. 열 살 남짓 된 단발머리 계집애가 구석에 앉아 턱을 괸 손가락을 저도 모르게 잘근잘근 깨물면서, 제 손바닥의 지문이 갑자기 달라지기라도 한 것인 양 한참을 바라보기고 하면서 무대 위 언니들을 슬금슬금 훔쳐보는 것이었다. 내일의 저와 맞닿을 작은 다리 하나 조심스레 놓고 있는 것이었다
민족화합을 위한 문인들의 방북 때 민족식당이라는 초대소에서 시인이 목격한 한 풍경 속 가슴 아픈 민족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북한의 접대원들이 펼치는 노래와 춤 공연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열 살 남짓 된 여자아이는 자신도 조금만 나이 먹으면 저렇게 무대 위의 언니들처럼 춤추며 노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신명이 나서 하는 춤과 노래가 아닐진대 뭔가 가슴 아픈 민족분단의 현실을 느끼게 하는 시인의 인식이 깔려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