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안 진
외딴 산마을 밖
비어 있는 마을 어귀 비어 있는 길 가운데
새끼나귀 한 마리 혼자 서 있었다
고삐 매이지 않은 채로 마냥 서 있었다
올라갈 때도 서 있더니
내려올 때 보아도 그냥 서 있었다
마알간 눈빛으로 무작정 서 있었다
한참 더 내려와 돌아다보니
도포자락 휘날리는 흰 구름이 타고 있었다
신(神)을 기다린 줄은 상상도 못했다
히말라야 오르는 길에서 시인의 눈에 비친 새끼나귀 한 마리는 바로 시인 자신의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깊은 신앙심에서 우러나온 시를 많이 발표한 시인은 이 시에서도 죽음을 앞두고 유대인들에게 멸시 당하며 골고다 언덕을 오르던 청년 예수를 떠올렸을 것이다. 고삐에 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의 예수의 맑은 눈빛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것은 시인이 평생 추구하며 가 닿고자 하는 고결한 경지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