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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굴기의 기원

등록일 2016-08-05 02:01 게재일 2016-08-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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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종<br /><br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동아시아와 세계정세 변화를 도외시한 즉흥적인 결정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적잖다. 이런 바탕에는 중국의 융성과 발전을 뜻하는 중국굴기가 자리한다. 2006년 중국 중앙방송은 12회에 걸쳐 `대국굴기`를 방영한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을 필두로 세계를 쥐락펴락했던 나라들에 대한 역사 기록물이다.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도이칠란트, 일본, 러시아, 미국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국굴기`의 최종편인 `대도행사(大道行思)`에서 그들은 21세기 강대국의 조건을 사유한다. 그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중국의 굴기다. 10년 전에 이미 중국은 21세기를 주도할 대국으로서 자국을 상정하고 준비해왔다는 얘기다. 실제로 세계의 커다란 흐름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형국(形局)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출범초기의 당당했던 위세가 `브렉시트`로 약화되어 당분간 답보할 가능성이 크다.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잠자는 거인`정도로 치부돼왔던 중국이 약진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기록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사에서 유서(遺緖) 깊은 문명을 말할 때 우리는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그리고 황하문명을 거명한다. 인류의 문명사를 가늠하는 가장 오래되고 뿌리 깊은 문명이 이들 4대 문명이다. 그 가운데 황하문명 하나만이 발생 이후 오늘날까지 연면부절 이어지고 있다.

생각해보시라. `길가메시 서사시`와 함무라비 법전으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21세기 이라크가 무슨 연관이 있는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왕들의 계곡과 현대 이집트는 어떤 상관성을 제시하는가! 모헨조다로와 하라파에 몇몇 유적을 남긴 채 역사에서 황망히 사라진 인더스 문명을 현대의 인도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는가?! 하지만 황하문명에 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것의 대표적인 예를 우리는 동양고전에서 확인한다.

2천500년 전 춘추전국시대를 살아갔던 고대중국의 철학사상은 아직도 유효하다. 공자의 `논어`, 묵자의 `묵자`, 노자의 `도덕경`같은 서책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의 후대를 장식한 `한비자`나 `장자`, `맹자`역시 동일한 궤적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기록문화의 절정으로 시대의 획을 그었다고 할 것이다.

법가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의 뒤를 이은 한나라가 유가를 통치 이데올로기로 확정하지만, 세계제국 당나라는 도가와 불가를 장려한다. 그 결과 동양사상의 근본인 유불선 3교가 정립한다. 남북한과 대만, 중국, 일본 독자들을 매혹하는 나관중의 `삼국지`는 중국 기록문화의 대미(大尾)를 이룬다. 세계 문화사에서 이렇게 풍성한 역사기록을 오래 유지하면서 21세기를 맞이한 경우는 없다. 이것이 중국굴기를 설명하는 하나의 동인(動因)이라 생각한다.

오늘의 중국이 있기 전 150여 년 세월 중국인들은 무수한 고초(苦楚)와 치욕을 경험했다. 1937년 일본 제국주의가 자행한 `남경대학살`로 30만의 중국인들이 잔인하게 학살되었다. 중국 현대사에서 이토록 끔찍한 사건과 기억은 다시 없을 것이다. 그런 고통스러운 세월 중국과 중국인을 지탱해준 것은 빛나는 역사기록이 아니었을까. `회자정리(會者定離)`로 요약할 수 있는 역사의 본질이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적잖은 한문기록이 있다.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에만 31만 여점의 기록물이 해석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과거를 사장(死藏)하지 않고 현재화할 때 그 나라와 민족의 미래가 담보될 것이다. 중국굴기가 주는 교훈은 여기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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