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호
너무 낡아 드나들 때마다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무너질까 두렵다
내 영혼이 들아가 쉴 몸이
너무 오래 끌고 다녀서
반란을 일으키는지 움직일 때마다
곳곳이 쑤시고 덜거덕거린다
곳곳에 금이 가고 물이 새서
고치기에는 너무 낡아
리모델링이 되지 않는 집과
끌고 다니기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 너무 많아 고칠 수 없는 몸
모든 것 허물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다
시인이 말하는 낡은 집은 물론 거처를 위한 집일수도 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늙고 쇠락해져가는 자신의 몸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긴 세월 세상의 풍파를 뚫고 오느라 몸의 여러 부분들이 낡고 병들고 고장이 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얼마나 위대한 거처인지 모른다. 비록 낡고 못쓰게 되어가는 몸이지만 나의 영혼의 거처이며 내 생을 담고 온 거룩한 그릇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