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35대 경덕왕 시절은 문물이 가장 번성할 때였지만, 왕은 `정점(頂點)을 찍으면 내리막길`이라는 불길한 조짐을 보았고, 충담사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 충담은 `안민가`를 지어주고는 표연히 사라진다. “君은 어버이요, 臣은 사랑의 어머니요, 民은 어린 아이임을 알게 되면 民은 사랑을 알 것이요. 간신히 살아가는 백성을 잘 먹여주어서, “이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가랴” 한다면, 나라가 유지되리라. 아 君 답게, 臣 답게, 民 답게 한다면, 나라가 태평하리라” 백성을 굶지 않게 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란 뜻.
초(楚)나라 대부 섭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近者說 遠者來(가까이 있는 백성은 기뻐하고, 멀리 있는 사람은 오게 함)” 의식주가 넉넉해서 백성이 즐거워하고, “저 나라에 가면 굶주리지 않는다더라” 해서 외국인들이 살러 올 정도면, 그 나라는 정치를 잘하는 편이란 내용이 `논어`에 있다.
항산이 항심(恒産 恒心)이요,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 백성이다. 생존의 기본 조건이 충족되면 국민은 딴마음을 먹지 않고 나라를 지킨다.
김정은이 군기 잡겠다고, 고모부를 잔인하게 죽이고, 군 장성급 등 고위층 수백명을 처형하면서 공포정치를 펴고, “조국을 버리고 도망가는 자를 무조건 사살하라. 주는 돈은 받고 신고하라” 해서 탈북행렬이 잠시 주춤했으나, 올해 들어 탈북인구가 15.6%나 늘었다.
전에는 서민들이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나라를 등졌으나, 지금은 중산층 이상 엘리트들이 탈북을 한다.
여권을 소지하고 외국에 나가 있는 `외화벌이 일꾼`들이 한국 공관에 와서 망명신청을 한다.
이들은 출신성분도 훌륭하고, 당성(黨性)도 강하고, 굶주리지도 않는데, 다만 `언제 숙청당할지 모르는 파리목숨`이다. `할당된 상납금`을 못 채우면 `지옥생활`을 하거나 공개처형되는 것이 상위층의 운명.
어린 독재자가 자꾸 자충수(自充手)를 둔다. 국망(國亡)은 본래 `스스로 무너짐`인데, 철부지가 `그 길`만 고집한다. 고구려도 스스로 무너졌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