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輪唱)이라고도 부르는 `돌림노래`는 일정한 규칙을 지켜서 어느 가락 전체를 그대로 모방하는 음악형식인 카논(Canon)의 일종이다. 음정 간격에 따라 같은 음으로 모방하면 1도 카논, 2도 간격으로 모방하는 방식을 2도 카논이라고 한다. 3가지 성부(聲部)로 노래하면서 같은 음으로 모방하는 돌림노래는 3성부 1도 카논이다. 많은 사람들이 초등학생 때 배운 `동네 한 바퀴`라는 이름의 `돌림노래`를 추억한다.
`개헌론`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언급하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정 의장은 대표적 개헌론자인 우윤근 전 의원을 국회 사무총장에 임명하면서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최근 `개헌`은 약방의 감초처럼 유력 정치인들의 견해표명의 주요 화두로 빠짐없이 등장한다. `개헌론`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윤창처럼 번지면서 폭발력을 서서히 키워가는 느낌이다.
한때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얼마 전 당 대표 당선 2주년 기념만찬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면서 “정치적 안정을 위해 여야 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원기·박관용·임채정·정의화 등 전직 국회의장과 총리 등 각계 원로 20여명은 국회에 모여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바꾸자는 의견과 함께 국회 개헌특위 설치를 제안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 분산시키는 방안이 포함된 개헌론을 표방한 바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의원은 강력하고 안정적 리더십을 추구하기 위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앞세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일단 “분권형 개헌론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87년 체제`를 탈피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조하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권력구조는 독일형도, 미국형도 아닌 `한국형`으로 가야 한다”면서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가면서 내각은 각 정당의 의석 비율에 따라 장관들을 추천받아 임명하는 독특한 우리만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며칠 전 중견지역언론인모임인 세종포럼 초청토론회에서 “만약 개헌을 한다면 당연히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준연방제`에 가까운 개헌을 해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기관 집단인 국회에서도 `개헌`에 대해 동의하는 의원이 3분의2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럼에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백가쟁명(百家爭鳴)이 불가피할 개헌의 `타임스케줄` 합의는 여전히 난망의 늪이다. 올 연말까지 마치자는 의견에다가, 내년 4원 재보궐선거 때 처리하자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개헌이슈`는 내년 대선전에서 비로소 가장 뜨겁게 달아오를 공산이 크다.
걱정스러운 것은 두 가지다. `개헌`이 대통령선거 이슈로 몰리면 천박한 표(票)퓰리즘의 작동으로 자칫 역사적인 개헌이 아닌 `부실 헌법`이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과거의 경우처럼, 대통령당선자가 `개헌` 공약을 갖가지 핑계로 묵살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개헌`이 너무 쉬운 것도 안 되지만, 시대변화를 좇지 못하는 낡은 헌법을 맹신하여 미래를 그르치는 우매함 또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개헌론`에 적극적인 정치인들이 대략 여야의 비주류라는 공통점 때문에, 이 이슈를 정계개편의 돌발변수로 보는 분석에 설득력이 실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헌이슈`가 권력재편의 새로운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주류들에게는 `개헌론`만한 권력투쟁 소재가 없는 게 현실인 까닭에 새 헌법 권력구조에 대한 선호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유도될 수 있다는 예측은 점점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돼가고 있다. 전에 없이 끈덕지게 이어지고 있는 작금의 `개헌론` 돌림노래가 날이 갈수록 조금씩 수상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