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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등록일 2016-08-01 02:01 게재일 2016-08-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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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경 리
흐르다 멈춘 뭉게구름

올려다보는 어느 강가의 갈대밭

작은 배 한 척 매어 있고 명상하는 백로

그림같이 오로지 고요하다

어디서일까 그것은 어디서일까

홀연히 불어오는 바람

낱낱이 몸짓하기 시작한다

차디찬 바람 보이지 않는 바람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뚫고 지나가는 찬바람은

존재함을 일깨워 주고

존재의 고적함을 통고한다

아아

어느 시원(始原)에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소설가 박경리가 노년에 쓴 시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 수 없는 바람에 젖어 살았던 한 생을 돌아보며 존재의 고독을 고백하며 고요한 평화경에 들어있음을 본다. 뜨겁게 불어오던 욕망의 바람도 있었고 차갑고 시린 시련의 바람도 있었다. 혹은 질기고 질긴 운명의 바람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시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불려 이승을 떠나야하는 것까지 염두에 둔 노 작가의 겸허하고 편안한 목소리를 듣는 아침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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