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성욕(리비도)은 `생의 본능`인 `에로스의 에너지`라는 것인데,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고착, 퇴행, 억압 등의 병적 증후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 정신분석학적 견해에 힘입어서 성(sex)의 해방이니, 표현의 자유니 하는 말로 표현되는 성에 대한 새로운 가치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성이란 숨기고 감출 것도 아니고 윤리나 제도의 틀에 가둘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성을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거나 무조건 터부시 하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해방이 되어야겠지만, 그러나 그것이 방종과 난잡으로 이어지는 것은 오히려 성을 황폐화시키는 폐단이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남녀 간의 애정행위와 무분별한 성욕해소는 당연히 구별이 되어야 한다. 성욕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우리 사회의 성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욕을 남녀 간 애정문제와 분리해서 본다면, 그것은 식욕(食慾)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는 본능적인 욕구의 하나인 것이다.
식욕이 일차적으로는 생명의 존속을 위한 영양공급에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성욕은 종족보존을 위한 생식기능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고, 부차적으로는 둘 다 쾌락을 수반한다는 점이 유사한 것이다. 그런데 식욕이든 성욕이든 생명체로서의 인간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본능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현존하는 인류의 식욕과 성욕은 이미 자연상태의 원시적 본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문화적 요소가 유입된, 여타의 동물들이 가진 본능과는 구별이 되는 `문명화 된 본능`이라는 것이다.
문명화 된 본능의 특징은 상당부분 자동제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생상태의 동물들은 식욕이나 성욕을 자유의지로 통제할 필요가 없지만, 인간은 그것을 스스로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야생의 동물들은 필요 이상의 과식이나 번식을 위한 것이 아닌 성행위를 하지 않는데 비해 인간은 얼마든지 과도한 식욕이나 성욕으로 인해 건강이나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식욕이든 성욕이든 그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본능이니만치 결코 폄하하거나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생존은 물론 삶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식욕이 동한다고 마구잡이로 먹었다간 배탈이 나거나 비만이 되고, 또 아무리 배가 고파도 남의 것을 훔쳐 먹어서는 절도죄가 되는 것처럼, 적절하게 절제되지 않은 성욕은 자신의 건강은 물론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류의 문명은 부단히 성욕을 왜곡해왔다. 문명이 개입된 성은 번식보다는 쾌락의 수단으로 변질이 되었다.
정보화 시대에 넘쳐나는 음란물과 성에 대한 불건전한 정보는 성본능의 왜곡과 변질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갈수록 증가하는 성범죄와 무관할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나 청소년들이 불건강한 성적 자극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각종 공해의 문제와 더불어 불건강한 성문화 역시 또 하나 인류의 난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