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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마저 위협받는 남성 …`페미니즘 혁명국` 여행담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7-29 02:01 게재일 2016-07-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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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여자들베르나르 키리니 지음·백선희 번역문학동네 펴냄·장편소설
환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단편들로 에드거 앨런 포, 보르헤스, 마르셀 에메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평가받는 베르나르 키리니의 첫 장편소설 `목마른 여자들`(문학동네)이 출간됐다.

키리니는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필치를 선보이며 소설집 `첫 문장 못 쓰는 남자`(2012)와 `육식 이야기`(2010)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사로잡아왔다.

그의 장편`목마른 여자들`은 1970년 페미니즘 혁명으로 탄생한,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여성 제국으로 수십 년 만에 발을 들이게 된 프랑스 지식인들의 여행담으로, 출간한 해에 르노도상, 메디치상, 플로르상 후보에 오를 만큼 문단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남성이 존재마저 위협받는 세계, 여성 독재자가 통치하는 세계에서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보고도 외면하는 눈먼 지식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풍자적이고 익살스럽게 그리며, 오늘날 전 세계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집단주의와 분리주의 문제를 맹렬히 꼬집는다.

소설은 여성 제국으로 떠난 프랑스 지식인들이 겪는 여행담과 더불어 제국의 평범한 신민이었지만 운좋게 제국의 심층부까지 오르게 된 아스트리트의 일기로 번갈아 서술된다. 정권 지도층의 비밀스러운 실체를 가까이에서 접하고, 그들의 광기를 목격하는 그녀의 일기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던 기상천외한 여성 제국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독재자가 통치하는 제국의 현실은 실로 참혹하기만 하다. 남자들은 그곳에서 생존의 위협마저 느낀다. 임신 단계에서부터 선별되는 남자아이들은 태어나더라도 죽임을 당하거나 공동육아소로 보내지고, 성인이 된 남자들 역시 수용소에 들어가 가차없는 재교육을 받는다. 제국의 최종 목표는 남자 없는 여자들의 세상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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