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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산사 숲길은 초록을 푼 듯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7-29 02:01 게재일 2016-07-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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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가는 길조낭희 지음눈빛출판사 펴냄·에세이

녹음이 우거진 여름 산사의 숲길은 온통 초록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바라만 봐도 평안하고 즐겁다.

산사의 숲길 걷기는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잔잔한 내적 울림과 여운을 준다.

일상에 지칠 때면 조용한 산사로 들어가 그 풍경 속에 고즈넉이 스며드는 하루를 묻으면 시끄러운 세상의 소음에서 비켜나면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볼 수 있다. 예불소리, 범종소리, 풍경소리, 그리고 바람소리, 새소리에 귀를 열어두기만 해도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가 된다.

수필가인 조낭희(53)씨가 산문집 `산사 가는 길`(눈빛출판사)을 펴냈다. 전국 사찰 52곳을 돌아보고 자연과 숨 쉬며 체험한 기록들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경북매일에 지난 2년 여간 `산사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연재된 글을 수록했는데 산사의 사계와 풍경을 생생하게 담았다.

단순한 사찰 정보나 여행기가 아니라 산사에 들어 자기 자신을 찾아보는 마음의 책이다. 초보승인 줄 모르고 스님에게 불상 설명을 청했다가 오히려 무안을 당한 김천 직지사, 잦은 야근으로 힘들어 하는 직장생활 새내기 딸을 데리고 찾아간 완주 송광사, 삶의 버팀목이 돼준 남편이라는 존재와 그 자리의 중요성을 체득하게 한 여수 향일암 등 일상의 삶 속에서 산사를 새롭게 빚어내고 있다.

▲ 조낭희 수필가
▲ 조낭희 수필가

승려들이 모여 불도를 수행하는 곳을 도량(道場)이라고 하듯이 저자에게 산사는 여행의 목적지가 아니라 마음을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산사의 대웅전과 불상, 불탑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부처님을 만난다. 선암사 무우전 돌담에 핀 홍매화, 통영 비진도 비진암의 동백꽃,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 등에서도 불심을 마주하곤 한다. 욕망과 물질에 매달려 삶의 본질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반문하며 산사가 베푸는 가르침에 삼배를 하곤 한다.

천주교 신자인 저자는 묵주와 염주가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산사에서 얻었다고 고백한다.

“고찰의 정취와 바람 소리, 풍경 소리만으로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법당에 들어서면 고해실에 들어서듯 존재에 대한 진지함과 자기 점검이 따랐고 감사함으로 충만해지곤 했습니다. 오늘도 번뇌와 탐진치를 쳐내며 마음의 눈으로 산사 어디쯤을 오르고 있을 것입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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