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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늙은 집

등록일 2016-07-28 02:01 게재일 2016-07-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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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세실리아
제주 해안가를 걷다가

버려진 집을 발견했습니다

기억할 수 없는 그 어떤 이끌림으로

빨려들 듯 들어섰던 것인데요 둘러보니

폐가처럼 보이던 외관과는 달리

뼈대란 뼈대와 살점이란 살점이 합심해

무너뜨리고 주저앉히려는 세력에 맞서

대항한 이력 곳곳에 역력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생도 저렇듯

담담하고 의연히 쇠락하길 바라며

덜컥 입도(入島)를 결심하고 말았던 것인데요

이런 속내를 알아챈

조천 앞바다 수십 수만 평이

우르르우르르 덤으로 딸려왔습니다

어떤 부호도 부럽지 않은

세금 한 푼 물지 않은

뭍에 살다가 제주도로 건너간 시인이 제주생활의 느낌을 담담히 풀어낸 시다. 비록 폐가처럼 보이던 몇 평 안되는 볼품없는 집을 구해 시작한 섬 생활이지만 조천 앞바다 수십 수만 평을 얻은 횡재를 한 것이라 말하는 시인의 자족의 마음이 비쳐져 있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자연을 벗하며 낯선 곳에서 적응해가는 넉넉한 마음자리를 본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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