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은 항상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계절이다. 모기를 매개로 하는 감염병 질환은 말라리아, 뎅기열, 일본뇌염, 황열, 치쿤구니야열, 지카바이러스 등이 있으니 모기는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는 해충이다. 크기가 작다보니 처음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좀 참고 견디려 하지만 밤새도록 쫓고 또 쫓아도 끊임없이 다시 귓가로 날아와 웽웽대며 잠을 설치게 한다. 피를 빤 자리에 독과 병균을 넣어 가렵게 하고 긁으면 그 자리를 병들게 하거나 온몸을 병들게 한다. 참다못해 일어나 불을 켜고 잡으려면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지금은 시대가 발달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모기 퇴치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야영을 하거나 집안의 방충을 조금만 소홀히 하여도 모기는 뚫고 들어와 어김없이 물어댄다. 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이러한데 전 왕조시대에는 오죽했을까. 가장 존귀한 지위에 있던 왕조차 `모기가 밉다`는 제목으로 시를 지을 정도였으니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괴로움은 알만하다.
정조(正祖)의 홍재전서(弘齋全書) `춘저록(春邸錄)`에 다음과 같은 `모기가 밉다`라는 시가 수록되어 있다.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내면서/ 어둠 틈타 부리 놀리며 주렴 뚫고 들어오네/ 세상의 많은 식객들 끊임없이 웽웽대며/ 권세가에 들락거리는 것은 또 무슨 마음인가.” 인재를 선발하는 데 있어 신분이나 당파보다 능력을 중시했던 정조가 보기에 떳떳하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일 생각은 하지 않고 출세를 위해 경박하고 가증스럽기 짝이 없게 권세가의 대문을 들락거리는 자들은 그가 가장 미워한 모기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고 빗대어 경고한 것이다.
몸이 작고 날쌔고 숨어 있어서 웬만해선 잘 보이지 않아 잡을 수 없다. 그래서 더 가증스럽다. 정조는 모기에 대한 미움의 화살을 권력과 물질을 좇는 난신적자들에게로 날린 것이다. 이 모기들이 마치 작은 이득이라도 얻어 보려고 분주하게 권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선택하여 그들 때문에 달라붙는 모리배들 같다는 것이다. 이익을 꾀하는 것은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올바른 자리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
17세기의 문인 신정(申晸)은 `모기 이야기`라는 글에서 하는 짓은 모기 같은데 모기보다 더욱 해로운 인간들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화성(花城)이라는 고을의 수령이 백성들이 모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병들고 있다고 근심을 한다. 그러자 신정이 말한다. “지금 같은 사람으로서 백성을 기르고 보살피는 권한을 받은 자들이 대낮에 대놓고 백성들의 골수를 뽑고 고혈을 빨아먹고 있으니 모기가 살갗을 깨무는 따위보다 그 독성이 훨씬 심하오. 그대는 이를 통해 약한 백성들을 괴롭히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겠소.” 이 사회의 진짜 무서운 적은 모기보다도 권력과 부정부패에 찌든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 사회에 똑똑하고 능력이 있는 인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넘쳐날지 모른다. 다만 그런 능력에 도덕성까지 겸비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회의 지도층이나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은 도외시한 채, 권력에 편승하거나 유리한 위치를 이용하여 개인의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기에 골몰하였던 탓에 이렇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가 정말로 귀감으로 삼아야 할 인물이 있다. 바로 조선조 최고의 경세가(經世家)였던 잠곡(潛谷) 김육(堉·1580~1658) 선생이다. 특히 앞으로 고위직에 올라 국정을 담당하기를 꿈꾸는 공직자들은 반드시 이 분을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잠곡의 어떤 점을 공직자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하는가? 바로 잠곡이 일생동안 가슴 속에 품고 있으면서 실천하고자 했던 그의 정신을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그가 품고 있었던 정신은 바로 `애물제인(愛物濟人)`의 정신이다. 애물제인이란 `만물을 사랑하여 사람들을 구제하라`는 뜻 아닌가. 말단부터 고위층까지 공직자들이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