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일 선
누구는
시 한편 쓰는 것이
삼라만상에 큰 업장 하나
무겁게 얹어놓는 것이라 하는데
또 누구는
시 한편 갖는 것이
신생의 아기 막 태어나는
첫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하는데
난 언제쯤이면
갓난아기의 마음 가슴에 모시면서
옳은 시 한편
가질 수 있으려나
굵직하고 절절한 민중적 정서를 담아내는 중견의 시인이 겸허하게 자신의 시업을 돌아보고 더 정진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보는 시다. 몇 줄 안되는 시 한편이 거느리는 그늘이 깊고 넓다. 시인의 토로처럼 삼라만상의 큰 업장 하나를 내려놓는 일이기도 하고 새 생명을 얻는 것과 같이 숭엄하고 가치로운 일이지만, 감동적인 시 한 편을 생산하는데는 얼마나 내공을 쌓고 부단한 습작의 과정이 따르는지 모를 일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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