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윤 천
열증(熱症)과도 같았던 것
피부 밖으로 뚫고 나오며
열꽃처럼 부풀어올라
질겁스럽게도
아팠던 기억
먼 훗날의 뒤안길에서야
가라앉았던 부기의 흔적
그때 그 자리 아래엔
종창이었거나 핵(核)이었거나
다시 한 세월이 흘러간 후에
그걸 짜내어 살펴보면
은별 알처럼 맺혀 있기도 했던
희고 굳었던 알갱이의 결정
빠져나왔던 자리, 문득
휑하니 열려버린 구멍이라면
못내 두고 온 굴헝이었거나
내 마음의 깊고도 짠한 분화구라면
몸 어딘가가 곪거나 종기가 생겨서 피고름을 짜낸 경험을 시인은 스쳐지나지 않는다. 한 세월 지난 후 그 흔적에서 은별 알처럼 맺힌 희고 굳은 알갱이 결정을 보면서, 아팠던 기억과 함께 자기를 빠져나간 그 무엇이 있어서 못내 아쉽고 그리운 마음이 스려있음을 본다. 몸 속에서 함께 살아오면서 빠져나간 자리에 구멍이 생긴 것을 내 마음의 깊고도 짠한 분화구라고 표현한 시심이 깊고 그윽하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