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 영
어느 틈에 저렇게 검어졌는지 모르나
차차 시골동리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간다
뜨거워질 햇살이 산 위를 걸어 내려온다
가장 아름다운 이기적인 시간 우에서
나는 나의 검게 타야 할 정신을 생각하며
밭고랑 사이를 무겁게 걸어간다
아내와 함께 전형적인 우리네 시골생활을 하면서 여름 햇살에 검게 타가는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시인은 자기 자신의 삶의 자세를 들여다보고 있다. 시골 동리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가면서 농부로 변해가는 아내에 비해서 시인 자신의 정신도 검게 타야 한다고 성찰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에 대한 거부보다는 가장 자연스러운 전원생활에 자연스럽게 순응하면서 물들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노동과 분배가 이뤄지는 농촌의 삶에 대한 시인 정신이 묻어나는 시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