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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 풍경

등록일 2016-07-21 02:01 게재일 2016-07-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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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인 수
미장원 앞 사과상자엔 또 부추가 새파랗게 자랐다

전에 베어낸 자리가 아직 덜 아물었다

자욱하게 소름끼친 것 같다

그 칼자국이 밀어올린 키 위에다 소금 뿌린 듯

희고 자잘한 꽃이 피어 햇살 아래 지금 한껏 이쁘다

가명의 저 어린 창녀들

여럿이 새파랗게 몰려

한꺼번에 자지러지게 웃는다

골목 안 정겨운 풍경을 그리며 시인은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텃밭도 아닌 미장원 사과상자에 심은 부추가 새파랗게 돋아오르고 희고 자잘한 꽃이 피어난 골목 안으로 햇살이 가득 스며들고 있다. 어린 창녀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에서도 힘겨운 현실을 이겨나가려는 생의 몸부림 혹은 기대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래서 생의 희망과 긍정의 예감이 감도는 시가 아닐 수 없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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