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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감동시키는 진정한 예술을 위해

등록일 2016-07-20 02:01 게재일 2016-07-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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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몇 해 전 TV에서 `세시봉 친구들`이라는 음악프로그램에서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네 명의 포크가수가 출연해 너무나 친숙하고 귀에 익은 노래를 부르며 열창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40년의 깊은 우정과 함께 다정다감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노래 부르던 모습에서 중장년층 시청자들은 추억과 함께 진한 감동을 전달 받았을 것이다. 1960~70년대 청년문화의 주축이며, 통기타와 청바지 문화를 대표했던 세시봉 친구들의 음악이 40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되불러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멤버들의 진실한 마음과 열정적인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예술이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주는 것은 예술가의 진솔한 모습과 일반인들은 흉내 낼 수 없는 뛰어난 재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창작욕과 노력을 가졌다하더라도 예술에 대한 뚜렷한 자기철학과 확신, 일관된 표현방법, 테크닉 등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낱 쟁이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만큼 예술가의 진실 된 마음이 담겨질 때 진정한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시봉의 주요 멤버였던 가수 조영남이 대작(代作)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예술에 대한 진실공방이 확대되고 있다. 그가 과연 `예술가`인가 `사기꾼`인가 하는 화두는 그의 작품이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렸기 때문에 사기이다” 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로 정의하기엔 현대미술이 가지는 복잡한 사고와 예술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차이가 극명하기에 섣불리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가치관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시켜 주기에 충분할 것으로 판단되어진다.

그가 지은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2007년·한길사)에서 그의 현대미술에 대한 태도와 사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는 그가 내뱉는 말, `예술은 사기꾼 놀음이다`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치밀한 두뇌플레이 없는 사기는 사기가 아니다. 백남준은 낡은 철물을 얼기설기 얽어서 로봇인간이라는 키네틱한 조각, 그러니까 움직이는 조각을 만든 적이 있다. 그 로봇의 몸에다 개 목줄 같은 것을 잡아매서 그걸 끌고 뉴욕거리를 산책했다. 물론 무언의 퍼포먼스였다. 그의 목적은 자신의 인조 로봇이 불시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이었다. 무단횡단을 하다가 차에 치이는 것이다. 마침 뉴욕은 무단횡단의 천국이고 나는 뉴욕에서 무단횡단 단속하는 걸 본적이 없다. 자신의 작품이 차에 치이면 `뉴욕 타임즈`의 기자가 달려오고 각 방송·뉴스·텔레비전에서 득달같이 달려온다는 걸 계산에 넣었기 때문이다. 백남준은 고도의 두뇌 플레이로 현대미술의 흐름에 휩쓸려 들어갈 수 있었다.”

아마도 조영남은 백남준과 같이 사기꾼 놀음을 즐기며 현대미술가로서의 명성과 부를 모두 얻으려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조영남은 백남준과 같이 처절한 예술가의 삶과 현대미술을 통해 세상을 바꿔 보려는 깊은 성찰이 이어지질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과 음악 등 예술이 인간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충격과 자극적 요소에서 비롯되는 관념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마음으로 전해지는 깊은 감동과 여운은 강한 아우라를 남긴다. 혼신의 힘을 다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그의 노래처럼 관객의 마음을 안아줄 수 있는 깊은 반성과 사과, 그리고 성찰하는 모습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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