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민
하늘을 낮게 지나가듯
구름떼가 일제히 이동하다
대책 없는 사물들 죄다
비명 지르고 빛을 잃다
네 말처럼
이 세상은 죄가 없다
천둥벌거숭이 하나
두 팔 벌리고
사방 뛰어다닌다
구름떼가 덮쳐오는 어떤 날 시인은 존재의 절망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만다. 뇌성벽력이 치고 곧 폭우가 쏟아질 듯한 하늘 아래서 이 세상은 죄가 없다라는 말을 하지만 오염되고 불구의 세상에 대한 차가운 시선의 현실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들 하늘 아래 죄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겸허히 손바닥을 들여다 보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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