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희 용
일년 내내 기다리던 자리
다시 첫사랑 어리다
맑은 실핏줄 펴
옛 하늘 손짓하는
느티나무 잔가지 가지
다시 첫사랑 고이다
푸른 이내 아득한 날
먼 산길 걸어 가
금방 소실점이 되는
여인의 하얀 고무신 닮은
낮달 넘어
그 홍매 사라지자
깊이 울던 새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황사 부는 어느 날 문득
살아서 휘는 마디 마디
첫 화선지 피다
첫사랑은 청신하고 곱다. 첫 화선지에 홍매가 피듯이 아름다운 그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첫사랑은 짧고 시린 아픔을 수반한다. 맑은 실핏줄 펴 연두빛으로 피어나는 느티나무 잔가지 새순 같은 것이다. 그래서 더 애처롭고 애틋한 것이다. 살다가 휙 뒤돌아보면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들로 가슴에 잔잔한 떨림과 그리움의 잔물결이 이는 것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