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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등록일 2016-07-18 02:01 게재일 2016-07-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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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희 용
홍매 지고

일년 내내 기다리던 자리

다시 첫사랑 어리다

맑은 실핏줄 펴

옛 하늘 손짓하는

느티나무 잔가지 가지

다시 첫사랑 고이다

푸른 이내 아득한 날

먼 산길 걸어 가

금방 소실점이 되는

여인의 하얀 고무신 닮은

낮달 넘어

그 홍매 사라지자

깊이 울던 새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황사 부는 어느 날 문득

살아서 휘는 마디 마디

첫 화선지 피다

첫사랑은 청신하고 곱다. 첫 화선지에 홍매가 피듯이 아름다운 그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첫사랑은 짧고 시린 아픔을 수반한다. 맑은 실핏줄 펴 연두빛으로 피어나는 느티나무 잔가지 새순 같은 것이다. 그래서 더 애처롭고 애틋한 것이다. 살다가 휙 뒤돌아보면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들로 가슴에 잔잔한 떨림과 그리움의 잔물결이 이는 것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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