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향
돌은 돌에서 태어난다
뱀은 다시 허물을 껴입고
그늘은 그늘로 돌아온다
깊고 푸른 심연 속에서
흰 그늘을 뿜어올리는
검은
등불
낮에 펼쳐둔 두꺼운 책갈피로
밤이 쌓인다
달의 계단들이 아코디언처럼
접혔다가 다시 펼쳐지는
밤의 정원에서
멀리 걸어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저 혼자 앉아 있는
밤
이 시에서 그늘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무도 돌도 실존의 존재지만 그들도 그들의 그늘에서 태어나고 걸어나온 것이라는 시인의 인식 방법이 특별하다. 실존과 그늘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공존하고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달이 비치는 밤의 정원에는 이러한 공존이 가만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세대를 이어가는 내림이라는 것을 같은 선상에서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