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 라
곱삶이 에워가던 고집보다 억센 때가
한 마리 배추나비로 히뜩 번져 스친다
옛맛을 더듬는 일 풋고추 앞을 서고
햇마늘 매운 맛이 녹아들던 막고추장
새곰한 열무김치가 서늘히도 어려 온다
고갯마루 넘느라 허기져 숨이 차도
고봉으로 오른 사발 달 떠오는 밥상머리
뚝배기 토장 곁으로 겹쳐지는 호박잎
지금은 건강식으로 특별히 챙겨먹어야 되는 보리밥이지만 궁핍하고 힘겨웠던 지난 시절 우리에게는 일상의 한 끼 밥이었다. 거칠고 질리는 밥이지만 풋고추와 햇마늘과 막고추장, 열무김치와 함께 먹는 보리밥은 많은 추억을 담고 있다. 보릿고개 넘어가는 가난한 이 땅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눈물겨운 역할을 해온 것이다. 고봉으로 담은 보리밥을 호박잎에 뚝배기 토장 얹어 한 입 가득 먹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