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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 민심을 요격하다

등록일 2016-07-12 02:01 게재일 2016-07-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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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휘 논설위원
▲ 안재휘 논설위원

가족회의에서, 성능 좋은 총을 지닌 불한당의 위협으로부터 가정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몽둥이라도 하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그러나 가족구성원 중 일부가 몽둥이로는 총을 못 막을 뿐만 아니라 동조세력들까지 자극할 수 있다며 극력 반대한다. 그럼에도 가장이 `미흡하지만 몽둥이를 준비하겠다`고 결정하자, 이번엔 너도 나도 자기는 몽둥이를 들 수 없다고 아우성친다. 무기를 든 사람이 위험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결정되면서 다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봄 열띤 논란 이후 1년여 만이다. 여당은 `찬성`입장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뜻을 밝힌 반면, 야3당은 `반대` 한 목소리다.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의 민심마저 무한정 들끓고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사드가 배치도 되기 훨씬 전에 대한민국 민심부터 앞질러 요격해버린 꼴이다. `사드`라는 이름의 요격 미사일의 배치문제는 알려진 정보만 가지고도 많은 의문점을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대론의 주요 논거 중 하나는 효용성이다. 명중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이미 배치 운용되고 있는 패트리어트(PAC) 시스템에 미사일 몇 발 더 보탠다고 1천여 발에 달한다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막아내는데 무슨 큰 소용이 있을 것이냐는 반론이다. 한마디로 `새 발의 피(鳥足之血)` 아니냐 이거다.

다음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외교적 마찰 문제다. 중국 외교부는 8일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발표 직후 `외교부 성명`을 통해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백두산 지역에 사드 레이더의 2배 이상 탐지거리를 가진 장거리 레이더를 배치해 한반도는 물론 괌(Guam) 기지까지 감시하고 있는 중국이나, 극동에 장거리 레이더와 미사일 방어체계를 운용하고 있는 러시아의 반대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이요 철면피 행각이다. 사드 한국 배치가 북한 지도부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은 뼈아프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긴밀하게 유지해나가면서 노골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요청할 명분이 될 지도 모른다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이 유엔의 북한제재 대열에서 슬쩍 이탈할 수도 있다는 대목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주변국의 민감한 반응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부의 비상한 외교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드 포대 배치의 후보지로 떠오른 지역의 반발과 거부감은 난해하다. 국가를 방위해야 한다는 대의명분과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현실적 고민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지역민들의 감정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의 입장은 한없이 곤혹스럽다. `사드의 특성인 기동성을 고려, 몇 개의 기지를 만들어 수시 이동배치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경북대 이정태 교수의 견해에 눈길이 간다.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효용성이나 중국의 반발을 중심으로 무한 증폭되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 치명적인 오류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어디까지나 전 세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의 전쟁위협에 대비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되는 고육지책이다. 북한의 핵위협을 제어할 다른 현실적인 묘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모든 정치적 반대논리는 포퓰리즘의 산물이거나 반대를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

신무기 배치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찬반 정쟁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국민들은 님비(NIMBY) 열풍에 휘말렸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영육과 재물을 모두 던져내신 선조들의 의기에 정녕 부끄럽지 않은가. 사드는 갈증해소에 태부족한 한 방울의 물이지만 절박한 자구책이다. 총을 든 강도가 위협할 때는, 몽둥이라도 들고 맞서는 것이 옳다. 저 강도에게서 총을 빼앗을 용빼는 재주가 따로 있지 않다면, 무턱대고 반대하면서 뜬구름 잡는 평화 타령만 일삼는 그 입들일랑 당장 다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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