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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가

등록일 2016-07-11 02:01 게재일 2016-07-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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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격몽요결`은 율곡선생이 초학자들에게 학문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저술한 책이다. 율곡은 서문에서 학문이 아니라면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적고 있다. 학문 외에 사람 되는 방법은 없고 사람답기 위해서는 학문이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학문이란 어떤 특별한 일이 아니라 부모, 부부, 형제 자녀, 연장자와 연소자 사이 등 인간관계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하는 것이지 신묘한 것에 마음을 두고 특이한 것을 엿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보면 바람직한 인간상은 일상생활의 매 순간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자신의 위치에서 그것에 합당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즉 어떤 상황에서 마땅히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윤리적 반성과 그에 따른 행동이 우리를 바른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고 하겠다.

논어 `자장편`에는 공자의 제자들 사이에 소소한 예절을 놓고 다투는 장면이 나온다. 자유와 자하 간의 논쟁은 집안 청소하고 손님과 대화하며 나아가고 물러나는 예절, 즉 일상의 소소한 에티켓이 공부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자유는 그것들이 지엽적인 일이어서 근본이 없다고 본 반면, 자하는 사람의 재능에는 차이가 있어 소소한 일이라도 차근차근 배워나가면 근본에 나아갈 수 있다고 반박한다. 논어에서 두 사람의 논쟁은 결론이 안 나지만 송대의 주자는 `논어집주`를 통해 자하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는 주석에서, 배우는 자의 수준이 깊고 얕음을 헤아리지 않고 높고 원대한 것만을 말해서는 안 된다며 순차적인 가르침을 강조했다. 주자의 이런 생각은 아동교육서 `소학`에 그대로 반영됐으며, 가장 먼저 배우는 예절의 하나이자 개인 수양의 방법으로 중시됐다.

하지만 중국에서 만들어진 소학의 내용이나 체계가 조선의 실정과 맞지 않자 율곡이 `격몽요결`을 펴낸 후 실학자 이덕무(1741~1793)가 한국판 소학이라고 볼 수 있는 `사소절(士小節)`을 집필한다. `사소절`은 당시 선비가 지켜야 할 에티켓이라는 뜻이지만 오늘날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소절, 즉 작은 예절을 적은 책이다. 이덕무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사소절에 `창가에서 책을 보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책장이 날린다. 부싯돌이 무디어 부싯깃에 불이 잘 붙지 않는다. 노비를 세 번이나 불렀는데 곧바로 응대하지 않는다. 행장을 꾸려 떠나려는데 갑자기 비가 온다. 해 질 무렵 나루에 당도했는데 대기하고 있는 배가 없다 등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일을 당할 경우 버럭 화를 내어 화평한 기운을 손상해서는 안 된다. 우선 마음을 안정시키고서 다시 상황에 알맞게 처리해야 한다. 이것을 작은 일이라 하지 말라. 작은 일이지만 모두 인간이 되는 바탕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러한 에티켓은 배려와 공감, 나눔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지킬 수 있는 덕목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입시 매몰로 인성교육은 사라지고 물질만능·학벌지상주의 조장으로 천박해졌다. 최근 소위 `SKY`로 불리는 명문대 남학생들의 여학생들에 대한 성적 대화를 나눈 `카톡 성희롱사건`, 수사 중인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소라넷`의 창립자 부부 역시 명문대출신이다. 그 외에도 법조인들의 부에 편승한 전관예우라는 비뚤어진 윤리의식과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정치인이나 정당이 같은 패거리들의 부정부패를 정당화 시켜주고 현란한 정치슬로건으로 덮어버리는 행위, 연예인들의 일탈, 부모·자식간의 살인행위 등 흉악범죄가 도덕적 타락으로 인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은 행실을 삼가지 않으면 끝내는 큰 덕을 더럽힌다(不矜細行 終累大德)`는 `서경`의 구절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굳이 수신제가의 덕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윤리적인 인간, 도덕적인 인간은 사람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첫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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