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김영란법은 공무원, 사립대학 교수, 언론인 등이 제3자에게 고액 금품(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초과)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토록 하는 법이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의례·부조 등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금액 내에서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공직자 등 뿐만 아니라 금품을 제공한 국민도 동일하게 형사처벌이나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은 권익위가 지난 5월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의례·부조 등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에 대해 각 3만원·5만원·10만원의 상한액을 정하면서 시작됐다. 이 발표가 나자 전국의 농·축·수산 및 화훼 농가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정부는 그동안 농·축·수산업 분야에서 자유무역협정(FTA)에 맞서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품질고급화 전략 정책을 펼쳐 왔다. 그래놓고 농·축·수산물의 판로를 막는 법령을 시행하려는 모양이 됐으니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의 반발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전에 농·축산·어업 농가들이 `유탄`을 맞게 된 꼴이다.
특히 농어촌지역이 대부분인 경북지역 의원들은 지역구 주민들로부터 엄청난 법령 개정압력을 받아야 했다. 경북지역에서는 김종태·강석호 의원이 법 개정안을 내놓은 데 이어 6일에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완영(칠곡·고령·성주) 의원이 세번째로 김영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영란법 적용대상에`농·축·수산물`을 제외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김영란법의 제정취지 대로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타파해야 한다는 데는 국민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내수경기에 큰 영향이 예상될 뿐 아니라 농·축·수산물의 생산위축으로 인해 1차 산업인 농·축산·어업 농가에 커다란 타격을 주게 돼서는 안된다는 점도 명확하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농·축산·어업 농가들의 피해가 얼마나 되랴 싶겠지만 추산되는 피해액이 너무 크다. 농·축산업계에서는 한해 5천여 억원, 대구 경북지역에서만 1천700여 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새누리당 이만희(영천·청도)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오는 9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명절 선물수요가 크게 감소해 한우 4천100억원, 사과 1천296억원, 배 287억원의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한우는 국내 한우 사육의 22.3%를 차지하는 만큼 약 914억원, 사과는 전국 생산의 64%를 차지해 829억원, 배 또한 전국 생산의 9.5%를 차지해 27억원 등의 피해가 추정된다는 것이다.
또 국내 산업 보호 차원의 개정과는 별개로 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언론사 기자와 사립학교 교원은 빼고, 대신 부정청탁 대상에서 제외된 국회의원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김영란법 초안에는 언급도 없었던 언론사 기자가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법 취지와 거리가 멀고,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할 빌미를 줄 수 있어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법령 제정권이 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들이 민원이란 명목으로 부정청탁의 온상이 되기쉬운 자신들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언론인 출신의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이 “사회 통념상 공무원으로 볼 수 없는 기자와 교직원은 제외하고 지역구민 민원의 경우 국회의원을 법 적용에서 제외 받게 한 부분도 고쳐 수정안을 내겠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자는 김영란법 제정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대상과 방법에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민생민본(民生民本)의 정신이 좀 더 고려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