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락
시골집에서
8개월 어린 딸을 키우고 있다
5월이 되어도 농사는 이미 손에
놓은지 오래
늙은 아버지 등에 어린 딸애가
나비처럼 붙어 있다
삶과 죽음의 그 묘한 대비
아카시아 독한 향기
밤안개에 묻혀 마을 뒤덮고
소쩍새 소리
나직이 낡은 창호지 문 창을 울릴 때
잠 못 이룬 새벽이
어느덧 내 베갯머리에 와 있다
보리가 무룩이 익어갈때면 어김없이 먼 산에서 소쩍새가 운다. 아카시아 꽃 향기가 마을에 퍼지고 밤안개가 자욱이 뒤덮는 밤이 되면 마을을 향해 소쩍새가 슬피 운다. 이 고즈넉한 농촌마을의 한 풍경을 시인은 슬픔이랄까 서러움이랄까 규정하기 힘든 정서로 그려내고 있다. 어린 손녀와 일흔의 노부부의 실루엣이 삶과 죽음의 묘한 대비를 이루며 잠 못이루는 시인의 새벽에 스며들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