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헌 종
속삭이던 그년은
공장 나가 삼 년 되어 시집을 갔습니다
너 없이 못 산다고
달밤에 목 맨 덕수는
산 새 지천인 뒷산 까투리가 되었습니다
어제는
까치가 울고 덕수 어미가 울고
오늘은 몽달귀신 우는 마을
별 빛은 서러워
산 꿩은 낮부터 뒷산에서 웁니다
이 시에 설정된 아픈 서사는 산업화 시대를 건너면서 이 땅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시에는 가족의 해체와 방황, 상실감 등이 우울하게 깔려 있다. 수월히 치유되거나 극복되어지지 않는 상처와 한스러움의 정서를 시인은 시종 우울한 언어들로 그려내면서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