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BR>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BR>남진희 번역<BR>민음사 펴냄·인문
신간 `꿈 이야기`(민음사)는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가 들려주는 꿈과 상상동물에 관한 이야기다.
도서관 사서로 오랫동안 일하고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을 지내기도 한 보르헤스는 방대한 독서량과 그를 바탕으로 한 폭넓은 저작으로 `20세기의 도서관`으로 불린다.
그는 자신이 읽은 수많은 책에서 만난 이야기를 뽑아 하나의 주제로 묶는 작업을 즐겼는데, 특히 인간의 꿈에 큰 관심을 가진 그는 `꿈 이야기` 서문에서 “조지프 애디슨은 잠이 든 인간의 영혼은 육체를 벗어나 극장이자 배우이며 동시에 관객으로서 자유를 누린다고 말했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더, 즉 잠을 자는 동안 인간은 우화 작가의 역할을 한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고 했다.
이 책에는 수메르 신화에서부터 창세기, 북유럽 전승 설화, 중국의 `홍루몽`까지 꿈에 관한 이야기들이 망라됐다.
세상에 잠을 자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잠든 자에게는 반드시 꿈이 찾아온다. 불면에 시달리는 예민한 자아가 만나는 강렬한 악몽이든, 숙면의 끝에 찾아오는 행복하고 푸근한 꿈이든, 깜빡 잠든 한낮에 본 의미심장한 백일몽이든 인간은 누구나 꿈을 꾸고 그 꿈의 일부는 뇌리 깊숙이 영상으로 각인된다.
현실을 뒤바꾸는 허구와 허구 속에 잠재한 현실을 묘사하며 20세기 문학의 새로운 명제를 예지한 세계적 거장 보르헤스는 인류가 공유한 원형에 내재된 꿈의 역사를 펼쳐 보이며 그 연원을 되짚어 올라간다. 그가 바라보는 꿈이란 바로 다른 삶이자 우리 인생을 구성하는 중요한 조각보의 일부이다.
이 작품은 동서양의 고전에서부터 중세적 상상, 종교적 상징에서부터 현대의 악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꿈의 지도를 누비며 인간에게 꿈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돌아보게 해 준다. 영생을 바로 눈앞에 두고 허망하게 모든 것을 잃어버린 길가메시의 좌절, 꿈의 사람 요셉을 성공으로 이끌어 낸 신의 계시, 카프리 섬에서 만년의 카이사르를 사로잡은 미망의 꿈, 자신의 죽음을 직시한 공자의 환상, 꿈에 대한 작가 자신의 상념에 이르기까지….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