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택
하품 속으로 긴 터널이 또 들어왔다 나간다
버스가 지나갈 때까지
아슬아슬하게 붉은 신호를 참고 있다가
지나자마자 얼른 푸른 신호로 바꾸는 신호등
저절로 피해가는 앞차와 뒤차를
가끔 잠을 깨워주는 경적들
지그재그 달리는 버스에 맞추어
구불거리는 차선들 비틀거리는 가로수들
눈 가려도 정확히 과녁에 꽂히는 주몽의 화살처럼
거침없이 달리는 우리의 즐거운 버스
`즐거운 버스`라는 제목이 재밌다. 시인은 우리에게 시원하게 달리는 버스가 있는 그림 한 장과 유쾌한 감흥을 건네고 있다. 버스운전사는 하품을 하면서 가끔 잠을 깨워주는 경적을 울리며 가로수길을 유쾌하게 달리고 또 달리는 것이다. 주몽의 화살처럼 정확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우리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즐거운 버스 얘기를 하면서 일상에 갇혀 답답하고 별 재미가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나는 감흥을 불러일으켜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