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영남권 신공항이 결국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났다. 밀양이나 가덕도로 결정됐을 경우 닥쳐올 국론분열이나 배제된 지역의 민심이반을 우려한 결론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영남권 신공항을 대선공약으로 약속해놓고 결국 파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됐다.
그래선지 당·정·청은 일제히 `김해 신공항`을 주장하며 정면 대응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해공항 확장은 사실상 신공항으로 영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신공항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대응은 임기말로 치닫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세가 능사가 아니란 생각도 한몫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돌이켜보건대 2009년 MB정부에서 신공항 건설 논의 당시 김해공항 확장안이 전향적으로 검토됐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2010년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고 재추진을 거쳐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내리기까지 격었던 지역갈등과 논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 과거 이명박(MB) 정부에서 폐기된 김해공항 확장안이 이제 다시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강호인 장관은 최근 언론사 부장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콜럼버스의 달걀`같은 발상의 차이였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였던 2009년과 비교해 항공 수요가 크게 늘었고, 저비용항공사(LCC)가 증가하면서 수요 전망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도 김해공항 확장이 가능해진 원인이 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사실 MB정부 시절인 2009년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김해공항 확장 방안에서는 기존 활주로에 교차(cross)해서 1본을 증설하는 안을 포함해 총 4가지 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당시 이 안들은 항공기 처리 용량이 기존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다 군공항 이전 문제, 안전 문제 등이 지적되며, 최종 대안에서 탈락해 밀양과 가덕도만 남게 됐다. 즉, 당시 연구용역에서는 인근 부지를 건드리지 않고 자체 공항 부지내에서 해결하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제한적인 아이디어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에 용역을 맡은 프랑스ADPi는 공항 인근의 부지를 활용해 독립 활주로를 건설하는 해법을 찾아냈다. 기존 활주로 옆쪽으로 40도 비스듬히 `V`자 형태로 새로운 활주로를 건설하면 활주로간 간섭이 없어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처리하기 위한 충분한 용량 확보가 가능하고, 안전에도 문제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신공항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바로 청와대나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켜온 신뢰정치에 맞지않는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다. 우선 청와대와 정부는 신공항 입지 발표 전날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신공항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결론나자 `김해공항 확장= 신공항`이란 논리를 폈다. 그러려면 당초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지역주민과 정치권이 유치경쟁을 펼때 제3의 대안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 공표했어야 한다. 아무 말 않다가 뒤늦게`김해공항 확장=신공항`이란 논리를 펴니 해당 지역의 어느 누가 수긍하겠는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니다. 대통령이라고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걸 국민들도 잘 안다. 따라서 나라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해서 추진했다가 전문가의 연구결과 아니라고 한다면 다른 방향으로 트는 게 옳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로 밀양과 가덕도를 검토했으나 두 지역 모두 경제성이나 안전성, 정치적 파급효과를 모두 고려해보니 적절치 않다는 결론이 났다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다만 결정과정이 좀더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설령 일이 잘못됐을 경우라 해도 진솔한 사과와 함께 민심수습책을 내놓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는 지금도 앵무새처럼 입을 맞춰 “공약을 이행했다”며 억지를 쓴다. `과즉물탄개 (過則勿憚改: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란 말이 있다. 반성 없는 청와대와 정부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