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한낮의 연애김금희 지음문학동네 펴냄·소설집
김금희는 이번 소설집에서 `잠겨 있는 과거의 기억들`을 건져올리는 데 몰두한다. 사소하다고 생각해서, 내심 잊고 싶어서,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미세해진 그 파장들을, 김금희는 기어이 현재로 끌어와 우리를 공명시킨다. 소설집의 내밀한 곳에 자리한 2014년 발표작들은 과거를 향해 있는 김금희의 시선을 정제된 언어로 영사(映射)하고 있는 듯하다. 비극적인 일상에 소녀다운 상상력을 겹쳐 바라보는 고등학생의 여름휴가를 그린 `반월`은 그 자체로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우리가 어느 별에서`는 어린 시절 타인에게 `사랑받았다`고 믿어왔던 기억들이 나이를 먹으며 다르게 이해되기도 하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고기`와 `개를 기다리는 일 `역시 과거의 트라우마가 해소되지 않은 채 `있지 않음`의 상태로 떠돌다가 우리를 문득 찌르는 경험에 서스펜스를 가미해 읽는 이를 몰입시킨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