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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governance) vs 합의(consensus)

등록일 2016-06-10 02:01 게재일 2016-06-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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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여야 3당이 8일 제20대 국회 전반기 원(院) 구성에 전격 합의해 모처럼 여의도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기쁜 소식을 안겨줬다. 무엇보다 원 구성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국회의장을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양보함에 따라 극적 타결의 전기가 됐다고 한다. 국회의장을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가는 대신, 핵심 상임위인 운영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챙겼다. 국회부의장 2명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하나씩 나눠 맡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운영·법사위 외에 기획재정·정무·안전행정·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정보·국방위원장 등 국정 운영에 필수적인 8개 상임위원장을 맡는다. 더민주는 예산결산특별·환경노동·외교통일·보건복지·국토교통·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여성·윤리위원장 등 8개 상임위원장을 가져갔다. 국민의당에는 교육문화체육관광·산업통상자원위원장 등 2개 상임위원장이 배정됐다.

이번 협상 결과는 새누리당과 더민주, 그리고 국민의당까지 모두 윈-윈-윈 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먼저 새누리당은 원내 제1당을 더민주에 내주면서 야당몫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가져왔기에 상임위원장 자리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더민주당은 국회의장직을 따냈고 예결위원장을 가져갔으니 명분과 실리 모두 만족하는 협상이 됐다. 국민의당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어느 상임위보다 산하기관과 예산소요가 많은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자리를 꿰어찼으니 기대이상의 실리를 챙긴 셈이다.

새누리당 정진석·더민주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 구성 협상을 전격 타결한데 이어 9일 오후 의장단을 선출했다. 상임위원장은 13일 20대 국회 개원식을 진행한 뒤 오후 2시부터 선출하기로 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20대 국회의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의 법정 시한은 각각 이달 7일과 9일이어서 의장단 선출은 법정 시한보다 이틀, 상임위원장 선출은 나흘 지각한 셈이다. 그래도 20대 국회는 1994년 법정 시한이 생긴 이후 가장 이른 시일 안에 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됐다.

극적인 원구성 협상결과가 나오자 언론에서는 `협치의 정치`로 이어가길 바란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협치란 말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대표·정책위원장 회담이 진행된 전후부터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 일제히 `협치`의 시대가 시작됐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그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문제나,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행사, 원 구성 협상 난항 등으로 `청와대발` 협치 분위기는 크게 흐트러지고 말았다. 협치(協治)는 국어사전에 나오는 용어가 아니다. 다만 외래어인 거버넌스(governance)의 번역어로 종종 사용돼 온 용어다. 모든 종류의 관리(governing)가 이뤄지는 구조와 절차를 의미하는 거버넌스가 정부에 적용될 때는 통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여야가 협치를 한다면 연립정부나 거국내각이 이뤄지는 정도의 상황에 어울린다. 그러나 현재 청와대나 여당이 말하는 협치는 이런 의미가 아니다. 정부는 협치라는 말을 통해 현재 상황을 야당과 함께 관리하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도 야당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뜻으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러니 지금 국회에서 일어난 일을 협치와 연관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이번 원 구성협상의 극적 타결은 `합의정치`의 결실이라고 평가하는 게 옳다. 사회계약론에서 정치적 권력의 정통화 조건으로 보는 합의(consensus)는 사전적 의미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을 가리킨다. 여야가 극한대립만을 반복해 온 우리 정치판에서 오랫만의 쾌거이니 이런 분위기가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라는 게 온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협치든 합의든 용어가 무슨 상관이랴. 다함께 마음을 모아 나라발전에 힘써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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