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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畵家)로 살아간다는 것은

등록일 2016-06-07 02:01 게재일 2016-06-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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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현대미술은 항상 사건을 몰고 다닌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미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지도 모르겠다. 화가의 심오한 작품세계와 철학적 사고에 대한 관심과 평가보다는 주변의 잡다한 문제들이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을 더욱 자극하는 듯하다. 기업인과 정치인들의 비자금에 연루 된 미술품 수집과 본인 작품의 진위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진실게임에 이어 유명 연예인의 대작(代作) 논란은 복잡한 현대미술만큼이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가듯 깊은 수렁 속으로 점점 빠져드는 듯하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창의적인 사고로 활동하기 시작하며, 직접 제작한 행위 중 아직까지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미술`이라는 분야는 말 그대로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유형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수 조영남의 대작여부는 진정한 미술이 가지는 가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대한 관점과 보편화 되고 있는 화가라는 직업에 관한 윤리적 문제의 혼돈에서 생겨난 문제이다.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 할 때부터 지금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킬 때까지, 미술계 내부적으로는 전혀 이슈가 되지 않고 있는 문제이다. 그의 작품 활동은 예술에 대한 진지한 자기성찰과 진실된 창작행위라기 보다는 현대미술이라는 다소 가벼운 미학적 가치관과 표현방법에서 비롯된 자기과시형 내지는 고가로 거래될 수 있는 미술품의 상업주의적 활동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에 있어 대작은 관행이라는 보편적인 사례를 본인의 작품활동에 대입시키는 것은 지나친 억척이다. 화가에게 대작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사례들은 국내외적으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고 그런 행위에 대한 평가는 미술사적인 영향과 작가가 가지고 있는 미학적 사고로 인정되기도 한다. 화가의 심미안적 눈과 감각적인 표현과 뛰어난 묘사력을 보여줄 수 있는 손에 의해 제작되어진 창작품들이 복잡한 제작과정이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질 경우 조수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본인이 직접 다루어 보지 못했던 자료를 사용할 경우 철저하게 감리를 통해 본인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작품들만 선별해 발표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제작에 도움을 받은 경위를 자연스럽게 공개하기도 한다. 현대미술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화가의 작품들이 본인이 운영하는 스튜디오에서 수많은 조수들과 함께 협업해 제작되어지고, 이를 `공장(factory)`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거동이 불편한 팔순의 원로화가가 평생동안 그려오고 있는 패턴의 작품을 아직까지 창작하며 전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분히 주변의 도움을 얻어가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 활동을 미술계에서는 크게 질타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사적 관점과 미술시장에서 작품의 가치를 평가할 때 참조를 할 뿐이다. 방송활동과 콘서트 등 본업인 가수활동을 하며 본인 콘셉트의 그림을 남에게 대신 그리게 하고 그 작품들을 본인이 그린 것처럼 작품전을 가지고, 판매 하는 것은 유명작가들의 스튜디오 운영을 통한 활동과는 엄연히 다른 사례이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는 화가는 3만여 명이며, 협회에 소속하지 않고 활동하는 화가들까지 포함하면 10만여 명이 넘게 된다. 이들 화가들 대부분은 생계형 화가로 오랜 시간 입문과정을 거쳐 미술계에 종사하고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자기만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본인의 미학적 가치와 조형적 아름다움을 평가받기 위해 묵묵히 작품 앞을 지키고 있다. 결코 유명세를 얻어 돈벌이를 하기 보다는 수만년을 이어온 인류 속에서 본인의 예술적 가치를 미술로 평가 받고 싶기 때문에 오늘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붓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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