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 샤를 와그너 문신원 옮김·자기관리
영감 어린 저술 활동으로 프랑스 개혁 신앙에 큰 영향을 미친 진보적인 목사 샤를 와그너가 아내와 함께 파리 바스티유 빈민가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생활하며 저술한 책으로, 생각법, 말하기, 라이프스타일, 돈, 인간관계, 교육 등 삶의 전 영역을 망라하여 단순함이란 무엇인가를 밝히고, 그 가치를 삶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1895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존재의 행복과 힘과 아름다움은 단순함의 정신에 그 원천을 두고 있으며, 단순한 삶이 곧 가장 인간적인 삶`이라는 중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과학 기술, 자본주의 등의 발전으로 나날이 복잡해져만 가는 삶에 지쳐 가던 당대 사람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켜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미국에 `심플 라이프(The Simple Life)`로 번역 소개돼 윤리적·종교적 리더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 책을 읽고 감명한 루스벨트 대통령이 저자를 백악관에 초청 강연케 해 `심플라이프`는 20세기 초 미국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단순한 삶`은 1895년 출간된 100년 전의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충격적일 만큼 현대적이고 시의성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 책 서두에서는 프랑스의 한 가정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지난한 풍경을 보여 준다. 양복 재단사, 가구 제작자, 연회업자 등을 만나야 하는 복잡한 준비 과정, 처리해야 하는 갖가지 편지와 서류, 쓸데없이 많은 피로연, 환영회, 무도회 등의 행사…. 이러한 복잡한 준비 과정을 겪는 두 젊은이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하는 시기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심지어 그들의 사랑마저 흔들리게 되는 일련의 과정은 요즘 우리의 세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또한 언론에서 복잡한 말들을 쏟아내 대중들을 서로 불신하게 만들고, 사회 불안을 조장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상황, 일하는 동기가 오로지 월급이 전부인 사람들에 대한 비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욕구를 통제하지 못해 갈수록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소유욕 등에 대한 문제 제기와 성찰은 현대인들이 당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비춰보는 거울인 동시에 그 근본원인을 이해하고 풀어 나가는 열쇠가 돼 준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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