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한수산 창비펴냄·장편소설
소설가 한수산(70)씨가 일제강점기 하시마(瑞島)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피폭의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 `군함도(창비·전2권)`를 펴냈다.
한씨는 1988년 일본 체류 당시 도쿄의 한 서점에서 `원폭과 조선인`이란 책을 접한 뒤 하시마 탄광의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피폭에 대한 작품을 쓰기로 결심하고 수차례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군함도와 나가사키를 십여차례 방문하고 일본 전역을 비롯해 원폭 실험장소인 미국 캘리포니아 네바다주까지 다녀왔으며, 수많은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는 등 치밀한 현장취재를 거쳤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1993년부터 3년간 한 일간지에 `군함도`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해는 뜨고 해는 지고`를 연재했다. 2003년에는 원고지 5천300장 분량의 `까마귀`(전 5권)를 출간했다. 2009년 까마귀의 분량을 3분의 1가량 줄이고 `군함도`로 제목을 바꿔 일본어 번역판을 내놨고 추가 취재를 거쳐 완결판을 완성했다.
이번에 펴낸 `군함도`는 전작을 대폭 수정하고 원고를 새로 추가해 3천500매 분량으로 완성된 결정판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출신과 배경 등이 새롭게 설정됐고 원폭 투하의 배경과 실상을 전면 개고해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묘사를 추구했다.(40, 41장) 등장인물들의 고난은 자아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으로 서사적 흐름이 자리잡으며 소설적 구성미와 완성도를 높였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재미와 가독성을 끌어올렸다. 또한 눈물로 기다리는 조선여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남편을 찾아나서고 탄광사무소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는 서형, 불의에 맞선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는 금화 등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상을 창조했다.
한수산은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전하고 알려내는 것뿐만 아니라 당시 고난을 겪은 조선인 한사람 한사람의 숨결을 되살리는 데에도 큰 공력을 들이며 지옥의 섬 군함도에서 다만 `사람`이고 싶었던 징용공들의 일상과 인간적인 면모, 역경 속에서도 그들이 꿈꾼 안타까운 사랑과 희망을 가슴 아프면서도 핍진하게 복원한다. 작가는 경상 전라 충청도의 생생한 사투리 구사에 힘을 기울여 인물에 생동감과 실감을 더하면서 힘든 환경 속에서 구수하고 걸쭉한 농담으로 고됨을 잊는 조선 징용공과 농부들의 활기를 전하고, 각 지방의 아리랑과 의병가를 적절히 활용해 작업현장에서의 고달픔과 서러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서는 조선인의 힘을 부각한다.
한씨는 작가의 말에서 “젊은 독자들이 이 `과거의 진실`에 눈뜨고 그것을 기억하면서 `내일의 삶과 역사`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뎌주신다면,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은 후에 이전의 삶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각성과 성찰을 시작하신다면, 이 작품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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